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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전동킥보드 배달 3일차배달대행-기사편/노동 2020. 11. 26. 05:25반응형
배달을 시작하고 나서 불면증이 더욱 심해졌다.
추운 날씨에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키며 달리다 보면 얼굴에 경미한 동상이 생긴다.
이것이 작열감이 꽤 오래 가서 잠자기 어렵다.
또한 나는 아직 도로 위에서의 위험에 덜 익숙해졌다.
순간 순간이 긴장되고 무서울 때가 아직도 많고 이것은 큰 정신소모로 이어진다.
새벽이 돼도 각성상태가 유지돼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오늘인지 어제인지 내일인지 모를 이 시간에 또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연습실에 왔다.
선요약
1.오늘의 수입 19000원
2.위험한 오거리도 굳이 큰길을 가지 않아도 지나칠수 있는 뒷길들을 숙지함
3.휴식처와 건수가 잘 들어오는 곳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됨
4.쿠팡이츠가 단가를 더 내리려는 모양
5.3일만에 안장 조인트 부분들은 이미 거의 반병신이 됨. 100만원을 모은 후 오토바이로 바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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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라는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만큼 첫날과 둘째날의 심적 부담이 컸다.
그래도 그만큼 익숙해져서 오늘은 크게 부담되는 일은 없었다.
내가 첫 배달을 위해 가는 장소가 있다.
내가 사는곳은 우리 시의 구시가지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작은 하천을 건너가면 인구밀집지역이 내가 사는 지역을 포함해 4,5군데정도가 된다.
물론 새로 개발되는 지역들도 있으나 그쪽은 직선거리로든 실제 거리든 4,5km가 되어서 부업 개념으로 일하는 라이더들은 갈일이 없다.
아무튼간에 딱 중심점이 되는 먹자골목 밀집지역에 작은 초등학교가 하나 있는데 나는 그 앞에 벤치에 앉아서 배달을 기다린다.
여기서 기다리면 어디로 가든 딱 중간이기 때문이다.
또 바로 옆의 먹자골목에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가게들이 있단것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주문하는 건들은 비교적 안전하게 갖다줄수 있는 위치들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까이로 받은 건들은 내가 베이스로 삼고있는 모 초등학교쪽으로 돌아오기도 쉽다.
첫 배달은 잘 잡히지 않았다.
20분정도? 그래도 첫날과 둘째날보다는 나았으나 잠시 꾸벅꾸벅 졸 정도가 되어서야 배달이 잡혔다.
오늘부터 눈여겨보게 된 모 족발집이였다.
홀과 배달을 모두 하는 집이었는데, 둘다 잘 되는 모양이었고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배달로 정신이 없어보였다.
물건을 받아보니 시내의 한 모텔이었다.
젊은 배달원들이 일하면서 서글플때가 이때라는 글들을 많이 봤었는데, 나도 드디어 한건 하게 됐다.
오토바이라면 이동거리가 적은 쪽으로 향했겠으나 내경우는 깊숙한 지하도를 갈수 없기때문에 좀 많이 돌더라도 차가 적고 평탄한 쪽으로 돌아서 갔다.
역 뒤편의 천박한 네온싸인이 가득한 유흥가.
20대 초중반~중후반의 연인들과 30대 초반의 직장인 연인들이 많았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내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돈으로 저렇게 놀고 먹을수 있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단편적인 생각이다.
저사람들이 불법적이든 합법적이든간에 꼭 부모의 덕을 보는게 아닌 자기 일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쉴틈도 잘틈도 없이 일하고 부업까지 하는것은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데에 많은 돈을 쏟아붓기 때문이라는것을 다음 픽업지로 가면서 환기했다.
나는 좀더 여유롭게 살 수 있지만 이 길을 택한거라고 나를 다독였다.
두번째 배달도 15분 후가 되어서야 잡혔다.
반가운 장소였다.
어제 한번 간게 전부이지만 어딜 가도 다 낯선 장소인데 한번 가본것만으로 위안이 되었다.
어제의 마라탕 가게로, 오늘은 동업자 분이 계신 모양이었다.
픽업을 실수로 빨리 눌러서 사장님이 배달시간 걱정을 하셨다.
5분 정도 기다린 후에 물건을 받아서 갖다드렸다.
우리 집 주변이었다.
그간은 그쪽에서 마라탕 가게가 있는 위험한 오거리쪽으로 올때 대로를 이용하며 노심초사 왔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뒷길이 있었고 그곳을 이용해 가보니 나름 안전하고 빠르게 갈 수가 있었다.
위험한 오거리도 나름의 회피 방편이 있었던 것이다.
그쪽에서 배달을 마치고 난 후에도 10여분정도 기다렸던것 같다.
우리동네 쿠팡이츠는 6~8시 8~10시 10~12시로 나눠보자면 이른 야식 시간대인 10시경이 가장 활발한것 같다.
오히려 저녁시간대에는 잘 잡히지 않는 양상인데, 이것은 아직 배달만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 위주로 쿠팡이츠가 입점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에 나와서 조금 우울하게 배달을 했다.
나와 다르게 여유로워 보이고 시간도 많아 보였다.
물론 이것도 나의 편향된 사고이므로 이내 나를 다독이고 새로운 픽업을 잡았다.
커피 가게였다.
커피 가게인것을 알 수 없는 이름이었지만 보통 그런 가게는 '감성' 커피 가게이다.
마라탕 가게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왔던 길로 쭉 돌아갔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일찍 온 모양이었다.
이곳도 거리두기로 인해 배달 위주로 돌아갔기 때문에 혼자 일하시는 사장님이 그 페이스를 맞추지 못한것이다.
10분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어차피 하나씩 안전하게 가자는 생각이고 배터리 문제로 아무리 많이 해도 7,8건을 하면 돌아가서 충전해야 했기 떄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가 물건이 나왔다.
사장님이 미안했는지 작은 약과를 두개 주셨다.
밖에서 사먹을때는 별게 아니지만 타인의 호의이므로 기쁘게 받아서 신호대기중에 맛있게 먹었다.
주소를 대충 봤었는데 자세히 보니 연습실 주변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생활권, 자신의 생김새, 자신과 유사성이 높은것을 좋아하는 생물이다.
어차피 다시 나와야 하지만서도 괜히 일 안하는 기분이고 즐거웠다.
아파트 동 배치가 좀 이상해서 약간 헤메고 물건을 갖다드렸다.
젊은 여성분이었는데 음식을 받고 너무 좋아하셔서 좀 웃겼다.
이때가 아마 4건을 했을때였다.
얘기하다 보니 빠져서 지금 쓴다.
처음에 갔던 족발을 중간에 하나 더 배달했었는데, 절대로 아파트가 생길것같지 않던 시 외곽으로 나가는 곳에 위치한 신축 브랜드 아파트였다.
신축 아파트 답게 배달원의 진입을 막고있었고, 나는 걸어서 올라가야만 했다.
배달을 마치고 나서 내려와보니 묘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 절대 아파트가 생기지 않을것 같았던 이유는 크게 2,3가지가 된다.
이것이 나를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1.산과 고가도로 아래에 있어서 굳이 돌아서 나가야만 시외로 진출할수 있다.
2.기존 상권과 거주지 환경이 경제적으로 어려운분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다.
내려가서 딱 보니 신축 아파트의 환경과 그 뒷편의 영세한 임대아파트가 대비되었다.
정말 절묘하게 배치가 돼 사진까지 찍었는데 이런걸 올리는것은 옳은 행동은 아닌것같아 올리지는 않는다.
아마 사진작가가 이 사진을 찍는다면 하나를 더 포함시킬것이다.
나라는 배달원까지 나오게끔 말이다.
아무튼 다시 4건을 마쳤을때로 돌아가서 얘기하겠다.
아, 중간에 또 빼먹은게 있는데 하나는 기억이 안난다.
5건을 마친 시점이었다.
퇴고없이 쭉 쓰는 글이라 뒤죽박죽이니 양해 바란다.
나는 더이상 배달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루종일 먹은거라곤 우유 두개와 과자뿐이었고 배터리도 2개만 더하면 어제처럼 끌고 가야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집이 가까운 지역으로 운좋게 왔으니 연습실에 가서 연습을 좀 하고 나오던 집에 가던 하면서 충전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단지밖으로 나오는데 바로 넘어지면 코앞에 닿을 치킨집에서 콜이 들어왔다.
개꿀이다.
이거만 더 하면 6건을 딱 해서 어제만큼은 하는 셈이고, 배터리 상황이나 집이 가까운 점 등 모두 완벽했다.
픽업장소도 바로 집앞이고 해서 신나는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쿠팡이츠는 부업 라이더들이 많아서 픽업이 금방금방 되지 않을탠데, 내가 30초만에 들어오니 좀 당황하신것 같았다.
치킨이 나오는데는 10분정도 걸렸다.
뭐 어차피 마지막이니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지도를 보지도 않고 신호도 한번에 받아서 도착했다.
호출을 해도 응답이 없고 벨을 눌러도 답이 없어서 전화를 했더니 손님은 자고계신 모양이었다.
물건을 앞에 놔드리고 전화를 한번 더 해서 배달 완료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연습실로 돌아왔다.
2,3시간정도 충전을 하고 새벽시간이 돼 나왔으나 더이상의 건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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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썰1
당초 목표는 이걸로 계속 부업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작은 사업들을 해보는것이었다.
그러나 목표를 수정해야 할것 같다.
중국산이라 그런지 킥보드 고질적 문제인지 안장 부분에 하자가 심각하게 많다.
킥보드 보드부분과 안장봉을 체결하는 부분의 보조 안전장치는 이미 박살나면서 어제 사고를 당했다.
물론 메인 안전장치만으로도 잘 체결이 되지만 심적으로 불안한 면이 있다.
또 안장과 봉을 체결하는 부분이 토글키처럼 힘을 일정이상 주면 체결이 되었다 풀렸다 하는 식으로 되어있는데 이부분은 아예 헐렁거리는 상태가 되었다.
한마디로 안전도 보장이 안되고 앞뒤로 흔들리고 높이조절은 전혀 안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라면 근거리 이동이나 스탠딩 상태로만 이용해야지 배달하기는 적합하지 않다.
나만의 문제는 아닌듯 했다.
이런 상태가 벌써 됐는데, 과연 다른 부분의 안전을 내가 신뢰해도 되는것인가?
이미 주행하면서 킥보드는 오토바이보다도 위험하고 수익은 적은 계륵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
이걸로 이도저도 아닌 돈벌이를 하느니 차라리 오토바이를 사서 돈을 모으는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목표는 100만원이다.
돈도 안벌어놓고 킥보드도 사고 면허도 따고 이거저거 할만한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잡썰2
구석구석 전부다 돌아다니다 보니 부동산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변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는 이래서 살기 좋고 여기는 이래서 애들 학교다니기가 별로고 여기는 의외로 출퇴근이 용이해보이고 여기는 연령대가 어떻고 등등...
이것도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얻어갈 수 있는 베네핏이라 생각한다.
밝은 면을 보는게 낫다.
우리 지역에 내 발길이 안닿은곳이 없는 정도가 되면 서울 곳곳의 구도 한번씩 도전해보면서 부동산을 눈여겨 봐야겠다.
당장은 나와 상관없을지 몰라도, 내가 사업을 해서 돈을 벌든 직장생활을 하든 프리랜서가 되든 간에 결국은 투자를 해야 부를 지킬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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