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전동킥보드 배달 4일차
오늘은 5건을 했다.
수익이 13500원인가?
머 이제 어느정도 적응이 됐으니까 배달 과정은 특별할게 없다.
마지막 두건이 같은집에서 시켰다는 정도가 오늘의 특이점이다.
그분은 시간차로 곱창이랑 치킨을 시키셨다.
내가 태어날때 부모님이 사셨던 아파트였다.
감상에 잠길 새는 없었다.
언덕이 가팔라서 '전동'킥보드가 아니라 전동'킥'보드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복도식 아파트인데 특이하게도 1~8호 이런식이 아니라 앞뒤로 1~8호 9~16호가 같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동 한층에 16가구는 좀....
손님분은 경계심이 유달리 많은 분이셨는지 1층에서 호출을 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
문을 열고 내가 오는 소리를 듣고는 문을 다시 닫고 한참 후에 빼꼼 나오셔서 물건을 가지가셨다.
아무리 그래도 굳이... 뭐 요즘 범죄가 무서우니 그럴순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 치안은 좋은 국가다.
배달 하러 나와보니 경찰차가 참 곳곳에 많이 있더라.
여튼 오늘 같은 곳에 두번 가는 일, 내가 태어난 아파트에 가는 일, 처음 배달할때 우왕좌왕했던 곳에 가는 일이 있어서 재밌었다.
아무래도 우리동네 쿠팡이츠가 지금 제휴된곳이 많지 않다보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모양이다.
그래도 현재 내 배달실력으로는 이정도가 맞지 않나 싶다.
첫날 둘쨋날 셋째날의 사고들이 오토바이로 시작한거였다면 스케일이 더 컸을것이고 별로 유쾌한 상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여건상 오토바이가 아닌 킥보드를 선택했지만 역설적으로 이 경험이 오토바이로 배달을 할떄 엄청난 도움이 될것이다.
길들도 알고 시작했고, 여러가지 도로의 사정이나 음식점 위치같은것을 알고 시작하는것은 분명 귀중한 자산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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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생각난 첫 배달은 쭈꾸미 가게였다.
특이하게도 가게 이름부터 공유 주방스러워서 어떤 구조일지 기대가 많이 됐다.
들어가서 쿠팡입니다 하게 외치니
응... 그래 어서와... 알겠어 근데 너 누구니?
같은 표정으로 아주머니들이 나를 맞이하셨다.
아니 무슨 불러놓고 저런 반응을 보이시나 했다.
알고보니 내가 본것은 그 공유주방의 작은 한 코너였고 뒤에 많은 사장님들이 입점해 계셨다.
대략 8군데 정도의 점포가 입점해있었고 모양새는 좁은 시장의 먹자골목을 연상케 했다.
이 공유주방의 갑과 을의 입장이 되어 계산기를 한 번 두드려봤다.
건물주는 더 높은 월세를 받을수 있을것이고 안정적으로 세입자를 얻는 셈이다.
입주자들은 어차피 배달에 집중할것 싼 가게를 쓸수 있고 공동 입주자들에게 없는 재료도 빌리고 할 수 있겠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사업을 했고 나도 나중에 언젠가는 사업을 할 dna를 갖고 태어났다.
그래서 서툴게나마 상권분석이나 부동산 입지, 사업의 이익구조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는 한다.
밑바닥 일이든 번듯한 일이든, 어떤 일을 하든간에 이렇게 만나는 사람이나 시스템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것은 보너스 리워드라고 생각한다.
챙겨 가면 나한테 나중에 돈이 될수도 있는거고, 안챙겨가면 그냥 그런것이다.
배달을 하면서도 배달대행 시스템 안에 돈을 적게 받고 영업까지 뛰는 팀장들, 목숨을 내걸고 달리는 라이더들, 그리고 그 시스템을 만들어 승승장구하는 사장들, 모두가 눈치볼때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제법 먹고살만 해진 사람들, 어부지리로 갑자기 호황을 맞은 중고 오토바이 가게와 수리해주시는 분들.. 이런식으로 사고의 외연을 확장해보는 습관을 자꾸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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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받는 거점을 조금 옮겼다.
모 초등학교 앞에서 좀더 옆으로 가서 시내 앞 주택가로 옮겼다.
이제 철길 밑 다리들중 대부분을 갈 수 있게 되었고, 시장 안에있는 가게들의 픽업을 받으면 주문하신분이 시장 밖에서 시킬 확률이 높아 거리가 멀어져 픽업이 잡히지 않는다는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작은 공원으로 고양이들이 많이 있는데,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고양이들의 사료를 10마리분 정도 챙겨주고 계셨다.
물도 얼어버리고 날씨도 많이 춥고 해서 고양이들이 사는것이 쉽지 않아보였다.
낮은 건물들이 늘어져있는 뒷골목으로 자주 다니니 높은 빌딩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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